자유게시판

반칙문화속에 숨긴 공무원 친절

작성자 : 펌 작성일 : 2005.02.05 14:39:34 조회수 : 1077
반칙문화속에 숨긴 공무원 친절(펌)


민원실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민원인은 다짜고짜 큰소리를 쳤습니다.

"선생님 무슨일이시죠"
"저 여직원한테 물어봐, 무슨일인지"
"여긴 공공장소이고 다른 민원인도 있는데 조용히 말씀하시죠"
"뭐야, 이것들이, 말단공무원들도 이러니......과장어디있어, 시장실이 어디야"

그 민원인이 요구하는 민원은 동사무소에서 처리될 수 없는 민원이었습니다.
그날 전 엄청난 욕을 얻어먹어 저녁 늦께까지 소화가 되질 않터군요
그러나 윽박지르고 큰소리치는 행동에 우리 공무원들은 멍하니 바라보거나
아예 외면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참으로 공무원이란것이 허탈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친절교육의 효과인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들어도 "외면과 침묵"으로
그 위기를 넘기는 현명한(?)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만일 그 민원인과 멱살이라도 잡았다면 "불친절의 멍예"속에 이리 저리 해명하고
불려다닌다고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그 민원인이 나간뒤 사무실은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5분,10분 점점 더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이건 아니야, 뭔가 아니야, 뭔가 잘못된거야"
한동안 침묵하고 허탈해하는 동료들의 얼굴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과시간이 종료되고 10분 후 한 민원인이 들어섰습니다.
"인감을 떼주시오"
"선생님 일과시간이 끝났습니다. "
"10분밖에 안지났는데 떼 주면 되지 않소"
여기서 시작된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는 여러분 다 잘 아실 겁니다.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이 경우 인감을 발급해 주는것이 옳을까요 아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옳을까요.

오늘 아침 2가지 사례를 꺼낸이유는
친절에 대한 우리들의 착각을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아니 동물들의 세계에도 지켜야할 원칙(법)이 존재합니다.
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페날티를 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조기민원, 야간민원 등등의 민원 시책을 개발하여
사회적으로 약속된 원칙을 깨트려 왔습니다.
마치 그것이 친절인양 착각 속에서 말입니다.

근무시간 지난후 은행에서 민원처리를 요구하는 국민을 보았습니까.
그렇다면 은행과 공직사회중 어디가 친절하다고 국민들은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는 일과시간이 지나도 가능한 한 민원을 처리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은행보다 더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유럽여행을 했습니다.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이 맘에들어 살려고 상점을 들어설려니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점안에는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이 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상점안의 점원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손가락으로 안내판을 가리켰습니다.
그기엔 1시부터 3시까지 점심시간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결국 그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상점의 점원이 불쾌하거나
불친절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룰은 지켜야 하는 것이니깐요.
아마 우리 문화로 보면 식사하다 말고 상점문을 열어 손님을 맞았겠지요.

노무현 정부에서 유독 강조하는 것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라고 합니다.
"반칙"하지 말자고 호소합니다. 전 이말에 공감을 합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반칙의 문화에 물들여져 왔습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차선을 지키기 보다는 직진신호를 받는것 처럼 하다가
갑자기 좌회전을 하는 것이죠.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사회, 혹 교통에 잡히면
재수없었다고 생각하는 사회, 일과시간이 지난 관공서에 들어가 되레 큰소리 치는 사회

이제 결론을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 공직사회는 우리 스스로 원칙을 지켜나가고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은행직원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은행은 스스로 오래전부터
정해진 원칙을 지키면서 고객을 대해 왔기 때문에
고객들 스스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공직사회를 돌아봅시다.
끝임없이 납득할 수 없는 힘들이 반칙을 강요하지 않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우리는 그것을 해 왔지 않습니까
조기민원, 야간민원, 방문민원 등등
그것을 친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잘했다고 표창도 주지요. 다시말하면 "반칙왕"이란 상이겠죠

우리 스스로 법령으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 국민들이 그 원칙속에서
움직여 주겠습니까.

인정, 온정주의, 나 하나쯤, 1분 밖에 안지났는데...........
어쩌면 좋은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말하는 선진나라들에는
공짜친절은 없으며 반드시 합의된 원칙속에서 친절하다는 것이지요.

일과시간내에 500원주고 인감이나 토지대장등을 발급받는 원칙을 지킨 국민과
일과시간 지나서 반칙하면서도 똑 같이 500원주고 인감이나 토지대장등을 발급 받는 시스템이라면
상대적으로 원칙을 지킨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스템이 친절이란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스스로 원칙을 지키고 그 원칙속에서 일을 해 나갈 때
5년후 10년후 지금의 은행과 같이 국민들은 우리들의 원칙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친절이라는 착각속에 공직사회를 반칙문화의 늪으로 몰아넣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게시물에 대한 댓글 한마디

    닉네임 : 패스워드 :

    댓글등록

    총 댓글 갯수 :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