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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본산’ 행자부 조용한 변신

작성자 : 새소식 작성일 : 2005.02.16 08:44:27 조회수 : 1051

① 결재판 들고 장관실 북적대던 풍경 사라지고

② 아침회의 없어져 정책구상 시간 늘었다

③ 주례회의는 수평토론 … 종이 없애고 노트북

#1
14일 오후 5시. 행정자치부 장관실은 썰렁했다. 예전 같으면 결재판을 들고 장관을 만나려는 간부들로 북적대던 곳이다. 하지만 11일 이후 장관실에 결재판을 들고 들어서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

오영교 장관이 ‘대면결재 금지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 간부공무원은 “어색하다”면서도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위직 공무원은 “그동안 대면결재를 선호한 것은 상사에게 자신을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강했다”며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2
오전 7시30분. 최양식 행정혁신본부장은 출근 직후 조용히 정책을 구상하거나 자료를 검토한다. 아침마다 북적이던 본부장실은 한산해졌다. 오랜 관행이던 아침 회의를 없애면서다.

종전에는 매일 8시30분부터 9시까지 소속 국장과 과장이 참여하는 오전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2주전부터 행자부 내부보고시스템은 ‘e-NALA’를 통한 메모보고로 대신했다.

혁신본부 홈페이지내에 공유방을 만들어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회의를 소집한다.

최 본부장은 “각종 회의와 결재가 간소해지면서 예전에 비해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교 장관이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에서 추진했던 업무혁신시스템을 행자부에 적용하면서 업무혁신을 강하게 몰고 있다.

대면결재 금지와 정책조정회의 정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 장관은 11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면결재 금지령을 내렸다.

오 장관은 “취임 이후 느낀 반응률 요소를 소개한다”면서 결재철을 들고 장관실을 찾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신 모든 결재는 전자결재를 통하도록 했다. 다만 인사와 감사업무만은 비밀이 필요한 데다, 상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면결재를 허용하기로 했다.

오 장관은 “장·차관 결재의 경우 거의 90% 이상이 대면결재이다”라며 “구두보고가 가능한 것도 대면결재를 하면서 필요 이상의 보고서 만들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실·국장이 책임지고 결정해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따라 11일 이후 장관실에 공무원들이 결재판을 들고 북적대던 모습은 사라졌다.

관례로 여겨졌던 간부들의 강의자료나 연설문, 토론참고자료, 인터뷰 자료 만들기도 전면 금지했다.

행자부는 또 매주 목요일 ‘정책조정회의’를 열기로 하고 지난 11일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정책조정회의’는 공직사회의 대표적인 비능률 사례 중 하나인 결재과정을 쇄신하기 위한 것.

그동안 결재는 과장-국장-부서장-차관으로 이어지는 계선 조직과 관련 부서장의 협조결재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결재가 며칠씩 걸리는 것이 예사였다. 중요한 의사결정 담당 부서 중심으로 이루어져 관련 실·국간 수평적인 논의가 부족했다.

오 장관은 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의 협조결재를 폐지하고 전자결재를 통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논의는 사전에 충분히 하되 결재라인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신족한 결재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내 업무외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칸막이주의’를 깨뜨리기 위해서다.

최민호 공보관은 11일 첫 번째 회의를 마친후 “쟁점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정책을 심도있게 점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의 정규참가자는 장·차관, 부서장 3명, 공보관, 전자정부국장 등 7명이다. 여기에 안건담당 국장과 과장 등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참석자들은 모두 노트북을 지참, 보고용 인쇄 자료를 없앴다.

또 정책결정에 있어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보공유를 위한 온라인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e-NALA’는 결재권자의 지시나 의견 개진이 불가능한 점을 보완하고 청와대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책결정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지원’은 행정관-국장-수석비서관-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결재과정에서 정책 관련자들에게도 공개, 의견을 첨부하면 이를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형태이다.

행자부의 시도는 전 부처로 확산될 예정이어서 공직사회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일신문/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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