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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이 씁슬했던 종무식

작성일 : 2025.12.31 12:43:00 조회수 : 489

시무식 격려사를 들으며 깊은 허탈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매일같이 사무실에 출근해 주어진 행정업무와 민원을 처리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회의와 행사 준비·참석으로 한 해를 보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고 일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격려사는 묵묵히 행정의 기본을 지켜온 다수의 직원을 철저히 배제한 채,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일부만을 치켜세우는 내용으로 들렸다. 중앙이나 도 단위 평가와 무관한 팀에서 일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같은 직원들의 1년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격려사의 말미에 형식적으로 덧붙인 모든 공직자의 노고라는 문장은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누군가의 성과를 띄우기 위해 다수의 헌신을 평가절하 하는 방식이 과연 건강한 조직문화인지 묻고 싶다.

 

젊은 팀장이라는 표현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선배 공무원들은 소통하지 않고 권위만 내세우는 존재라는 낙인이어야 하는가. 조직이란 신구를 가르고 편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경험과 변화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공동체 아닌가.

 

급격하게 변하는 공직사회, 함께 짐을 나누어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조직 내부에 만연한 불만과 불신을 외면한 채 외치는 구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부 비선에 의해 정책과 인사가 좌우된다는 의심이 조직 내에 공공연히 회자되는 상황에서, 구성원에게 헌신과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에 가깝다.

 

모범공무원 대상자 선정 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정 인사와의 친분, 이른바 측근으로 불리는 몇몇 이름들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현실을 조직원 대부분이 알고 있다.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복도통신으로 공유되는 불신이 이미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버린 상황이다. 공정과 원칙이 무너진 조직에서 누가 진정으로 조직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변화에 소극적인 직원이 아니라, 불공정과 편의적 판단을 방치하는 구조 그 자체다. 불편한 목소리를 문제 삼기 전에,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격려사도, 그 어떤 구호도 더 이상 직원들의 마음에 닿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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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댓글 갯수 : 5개

    • 원자력

      노조의 역할은 무엇일까???

      2026-02-03 14: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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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나 그집에 그밥상

      2026-01-11 16: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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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안불러 줬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 취급 받았다고 하는건 좀 과한듯..상 탈수 있도록 열심히 했으니깐 격려해주신거고 누구나 열심히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겠다는 건데 그게 이런글을 쓸 정도인지는 모르겠음.

      2025-12-31 19: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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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내용에 적극 공감...다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래도 변함 없을듯..언제나 자기들만의 리그

      2025-12-31 14: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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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허한 메아리.......

      2025-12-31 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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