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행자부 팀제 인사… 관료주의 떨고있니?

작성자 : 새소식 작성일 : 2005.03.30 08:36:36 조회수 : 966

‘변화의 바람’ 진원지 행정자치부 팀제 행정자치부가 지난 24일 전면적인 팀제 인사를 단행했다.

오영교 장관이 1월5일 취임한 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아서다. 공무원들은 이런 변화 속도에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 참에 공무원 조직이 전면적으로 바뀌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 행자부 팀제 인사의 속내와 흐름을 짚어본다.

장·차관 결재 하룻만에 유능한 팀원 쟁탈전도 관료사회에서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아니다. 팀제 도입에 따른, 변화 바람이다. 행정자치부 팀제 인사는 연공서열의 공무원 인사관행을 깨뜨려 민간기업식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도입했다.

◇ 경쟁의 바람 불어오나?=최월화 전략기획팀장은 29일 팀원이 기안해 온 홈페이지 관리 개선 방안을 전자결재했다. 이날 하룻만에 본부장과 장·차관 결재를 맡았다. 행자부 팀제 개편 이전에는 결재판을 들고 국장, 본부장 등의 방을 찾아 결재를 받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려 제대로 일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최 팀장은 “팀제 도입 뒤 결재 단계가 줄어 업무를 빨리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팀장 결재 하나에 따라 팀 전체의 실적이 평가를 받게 돼 책임도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만도 드러냈다. 한 행자부 공무원은 “장관이야 가고나면 그만이지만, 팀제가 실패하면 뒷감당은 누가 하느냐”며 “그렇게 되면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져 결국 공무원 불신만 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팀제 도입에 따른 경쟁의 바람은 뚜렷했다. 옛 총무과장이었던 이석환 운영팀장은 “팀장들이 팀원 인사를 앞두고 예전과 달리 일 잘하고 똑똑한 직원들을 자신의 팀에 배치해 달라며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팀장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팀원 인사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동훈 지방혁신전략팀장은 “지금까지 행자부는 내부 변화보다 타 부서를 변화시키는 일을 했는데, 팀제가 도입됨에 따라 직원들이 ‘내가 변화의 당사자가 됐다’라는 긴장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
중장기 정책 소홀 우려 ◇ 팀제 왜 도입했나?=행자부는 팀제 도입 배경으로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든다. 하나는 결재 단계를 확 줄여 날씬한 조직을 만드는 데 있다. 민간기업처럼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정부 스스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지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게 한다는 것도 도입 배경이다. 과거의 조직으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찾기 힘들었다. 기안자가 결재를 올리고 차관까지 여러 사람을 거치다 보면, 누가 그 일을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책임행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의 실무인력 전환도 이유가 됐다. 현재 행자부의 계장급 인력은 200여명으로, 이들은 팀장이 되거나 팀원으로 전환배치를 받게 돼 실무인력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일을 열심히 하는 공무원과 빈둥빈둥 놀면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모두 비슷한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팀제는 팀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되고, 이 평가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보수를 달리 받게 된다.

◇ 팀에 도움 안 되면, 나가라?=팀장급에서 서열 파괴를 반영한 인사가 나왔다. 계장급인 4급 서기관 6명을 팀장에 전격적으로 기용한 것이다. 상고를 나온 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유은숙 서기관이 부내정보화팀장으로 기용됐다.

또 행시 37회 서기관 3명이 나란히 팀장을 맡게 됐다. 이들은 모두 1994년 임용돼 서기관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팀장 자리에 올랐다. 이들의 직계 선배격인 행시 32∼36기만 해도 23명에 이른다.

하지만 행자부 7명의 국·과장이 무보직 발령을 받았다. 연공서열의 공무원 사회에선 상상하기 힘든 결과였다. 국·과장급 간부들이 무더기로 보직을 받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오 장관은 최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 18일 기자단 워크숍에서 겉옷을 벗고 기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시 그는 “리어카를 밀지 않고 오히려 타고 가는 것처럼 짐이 되는 직원은 팀에서 차라리 빼겠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실제 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 때 업무성적 하위 10%를 2년 연속 받은 직원을 집에서 근무토록 하고, 봉급도 기본급만 받게 하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행자부에서도 이런 제도가 도입돼 평생직장으로 여겨졌던 공무원 조직에 퇴출 구조를 만들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후폭풍 몰아치나?=이번 행자부 인사는 맛보기였다고 행자부 관계자는 귀띔했다. 연말께 예정돼 있는 인사가 더욱 큰 후폭풍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권오룡 행자부 차관도 이번 인사와 관련해 “조직 안정성 등을 감안해 일부 유임한 팀장도 연말까지 성과를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재배치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팀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게 되면, 중장기적인 정부 정책을 소홀히하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지나친 경쟁으로 성과만을 위한 행정을 추구하게 되면 오히려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팀제가 공무원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장관이나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내부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 정혁준 기자


    이게시물에 대한 댓글 한마디

    닉네임 : 패스워드 :

    댓글등록

    총 댓글 갯수 :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