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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작성자 : 퍼온글 작성일 : 2005.04.18 13:12:27 조회수 : 776

“9급으로 들어와 어려운 일 많이 겪었죠. 공무원 사회의 명암을 솔직히 보여줌으로써 자기 반성의 지표로 삼고자 퇴직하기 전에 쓰게 됐습니다.”

최근 ‘공무원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출간한 서울시 산업국 정순영 DMC 사업관리팀장(58·5급·사진)은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9급으로 출발한 그는 이 책에서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보고도 못본 척하고 지내온 31년 공직생활에서의 갖가지 애환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때로는 공무원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서도 솔직하고도 강한 어조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먼저 민선 지자체의 인사폐해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의 한 구는 구청장이 호남에서 영남 출신으로 바뀌면서 구청 내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사라지고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가 될 만큼 눈치보기가 심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은 다음 선거에 유리한 인물을 요직에 앉히는 등의 파행인사를 서슴지 않는 것입니다.”

정 팀장은 또 무슨 일에든 개입하는 공무원의 ‘유비쿼터스 핸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화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공무원이 국민의 자율과 창의성을 구속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 책 제목도 ‘공무원이 죽어야…’로 지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공무원 노조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 공직 사회를 한층 성숙시키려면 노조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지나치게 위만 보고 상사에게 잘해 승진하는 공무원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양보하고 주위를 살펴 ‘인간 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게 더 성공한 공무원”이라고 솔직한 심정으로 토로했다.

“이 책이 현직 공무원은 물론 공직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작으나마 타산지석이 됐으면 합니다.”

정 팀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소망을 피력하면서 어색한 듯 입가에 계면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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