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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뼛속까지 혁신시킬것

작성자 : 박명재 작성일 : 2005.04.20 13:59:19 조회수 : 746

박명재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공직이 인기다. ‘고시’가 언제는 인기가 없었는가마는 인문사 회과학이 위축된 실용주의 풍토에서 한층 더하다. 더욱이 올들어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1년전보다 4 0%이상 늘어나는 등 취업한파가 계속되면서 ‘고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8일 고시합격자를 비롯해 공무원 교육 전반을 책임지는 중앙공 무원교육원 박명재 원장을 경기도 과천 사무실에서 만났다.

때마 침 지난 11일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행정·공안직, 기술직 고시 합격자에 대한 33주간의 수습 사무관교육이 진행되고 있었 다. 고시합격생의 특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집념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고시 출신이어서 잘 아는데 고시는 오래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 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힘듭니다.

제 경우 부모에 대한 효도가 첫번째 목적이었고, 두번째는 모교의 명예, 세번째는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해서 출세에 대한 욕구, 그 리고 네번째가 국가에 대한 봉사였습니다.

” 하지만 박 원장의 말처럼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몇년전까지 만 해도 통상 행시합격자의 평균 나이가 27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29세다.

이번 입소생의 경우 최고령이 37세이고, 최연소자가 23 세로 모두 255명이다. 학사가 194명, 석사과정 26명, 석사 32명, 박사과정 1명, 박사 1명이고 대학재학생은 단 1명에 불과하다.

경쟁률이 세지다 보니 과거보다 공부를 평균 2년이상 ‘오래할 ’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옛날 고시생들은 요즘 말로 하면 그저 공부만 아는 ‘범생이’ 스타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안그래요. 체육이면 체육, 음악이면 음악 등 못하는게 없더라고요. 무엇보다도 특권의식이 없어요.

과거에 우리는 우쭐해하고 권위에 젖은 측면이 좀 있었 습니다. 하지만 지금 합격생들은 진지하면서도 밝고 당당합니다.

그게 ‘새 피’에 대한 가장 큰 기대의 하나입니다.” 그랬던 그들이 교육을 거쳐 실제 자리에 앉으면 목에 깁스를 하 고, 권위적 관료가 되는 것 같은데 이는 ‘교육’이 잘못 된 것 아니냐고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나 박 원장은 웃음으로 공무원의 부정적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치 인정하는 듯 반박했다.

“우리 국민들이 공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 니다. 조선시대부터 관존민비사상이 뿌리 깊었던 데다가 조선총 독부 시절 관리들이 얼마나 혹독했습니까.

또 자유당 시절의 부 정부패한 관리들은 어땠고요. 조국근대화시절인 1970, 80년대에 들어서 테크노크라트들이 조금 인정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변화에 둔감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같은 비능률, 비전문성, 경직성으로 인해 ‘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그래서 혁신이 필요한 겁 니다.” 그는 정부혁신의 한가운데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있다고 강조했 다.

“20세기의 행정은 ‘무엇을 할 것이냐(What to do)’에 대한 질 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새로운 현실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What they can do)’가 화두입니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 라 지혜의 발견이 요구되고, 이론의 암기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적용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박 원장은 중앙공무원교육원도 경쟁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국면 에 이르렀다고 실토했다.

“조직의 혁신은 결국 사람의 혁신에 달려있습니다. 사람의 혁신 을 위해서는 교육밖에 없고요. 정부 각 부처에서 130억여원의 예산을 책정, 교육비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중앙공무원교 육원이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책연구소나 민간교육원하 고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교육 스스로 변하지 않고는 다른 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습니다. 저희만 봐도 공무원이 ‘철밥통’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이미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으로 그것이 벌써 끝난 것 같습니다.

” 박 원장은 과감하게 민간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너럴 일렉 트릭사의 최고경영자 잭 웰치의 교육방법 등 선진국의 노하우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것이 실전형 액션 러닝(Actio n learning·체험학습)방법이다.

“공장설립 업무를 하나 한다고 할 때 책상에 앉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실제 민원인과 함께 직접 현장에서 일하게 하는 겁 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책 소비자의 차원에서 실감나게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때 생산력 높은 공직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이같은 다양한 교육과정 개편의 결과 다른 국책, 민간 교육원을 누르고 행정자치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의 직원 연 수를 따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박 원장이 지적한 대로 공무원들에게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갖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중앙공무원교육원이 거둔 성과는 실제보다 ‘ 짠’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외국, 특히 제3세계에서의 평가는 다르 다.

한국의 산업화가 제3세계의 가장 배우고 싶은 성공모델 가운 데 하나로 꼽히면서 중앙공무원교육원 입소는 각국에서 대단한 인기다.

1984년 말레이시아에서 국장급 간부 15명이 6주동안 10 만달러를 내고 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3개국에서 250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금까지 매년 연 수생이 들어오면서 이곳 연수생 출신 가운데 부총리까지 탄생하 는 등 정부요직의 상당수를 중앙공무원교육원 출신들이 차지했다 .

이에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영어약자를 따 ‘ 코티(COTI) 마피아’라는 말이 생겨났고 COTI연수는 말레이시아 에서 출세의 지름길로 인정받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가죽을 바꾸는 혁신(革新)으로는 부족합니다(革자에 가죽의 의미도 있다).

뼈를 바꾸는 골신(骨新 )이 필요합니다. 정부를 바꾸기 위해서는 행정을 바꿔야 하고, 행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일보” 과천〓김승현부장(AM7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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