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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원전 농성장에서..

작성자 : 우리힘 작성일 : 2005.01.11 21:57:25 조회수 : 1124
영광군 농민회를 영광원전 농성장에서 만나다 [시민사회단체 탐방 다섯 번째]
우리힘닷컴 2005/01/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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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대변자 우리힘 바로가기 여기클릭요)
영광 가는 길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가 경쾌하다. 목포에서 고속고로를 타고 영광 나들목에서 나와 영광읍을 지나 홍농읍 계마리에 있는 영광 원자력발전소 정문에 도달하는데 거짐 한 시간 삼십 여분이 걸렸다. 달리는 차안에서 영광에 대한 상상이 꼬리를 문다.

젤 먼저 법성포의 영광 굴비가 떠오른다. 다음은 원불교의 발원지가 영광 아니던가? 그 다음이 영광 원자력발전소다. 또 영광엔 음식맛이 남다를 것 같다. 원전이 보이는 진입로에 들어서자 이런 상상을 단숨에 집어삼킨 건 원통형 위에 얹혀있는 6기의 돔형 지붕이다. 회색보다는 흰색에 가까운 6 기의 돔형 지붕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참사로 각인된 안 좋은 이미지가 박혀서 그런지 산업의 정맥인 전력 생산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암 덩어리처럼 다가온다.

영광군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 영광군 농민회를 만나는데 사무국장은 생뚱맞게도 영광원전 정문 농성장으로 오란다. 인터뷰장소로 농민회사무실이나 농사현장에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원자력발전소 정문의 농성장이라니 그 사연이 사뭇 궁금하다. 현장에 도착해서 농성장 천막을 치느라 정신 없는 농민회 사무국장 장영진 씨(이하 장 사무국장)를 만난다. 마땅히 대화를 나눌 장소가 없어서 노만의 차안에서 영광농민회를 탐방하기 시작한다.


△ 영광군 농민회 사무국장 장영진씨
농민회가 원전 앞에서 천막농성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이 왠지 분위기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에 장 사무국장은 “생존권의 문제”라고 답한다.

핵은 직접적인 위험의 대상이며 실질적으로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갖고있다.
핵발전소라 해서 환경문제로 국한하는 것 보다 한 차원 높은 생존권의 문제로 보고 모두가 싸워야 한다고 장 사무국장은 말하면서 영광농민회는 농민문제와 핵문제를 두 축으로 하여 싸우고 있다한다.

지금 무엇 때문에 농성하느냐는 질문에 핵발전소를 가동하여 전기를 생산하면 핵반응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린다. 이 때 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쓴다. 자동차처럼 냉각수를 라디에이터로 보내서 식혀 가지고 순환해서 쓴 게 아니고 초당 200에서 220톤의 더운물은 바다로 흘려 보내고 찬물을 바로 끌어들여 바다 자체가 라디에이터 역할을 한다. 이렇게 뎁혀진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류제라는 둑을 쌓았다.. 그런데 이것이 환경을 더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서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것이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온수피해 어민들이 온배수로 인해 피해 대책을 요구해 온배수의 피해에 대한 조사 용역을 주었는데 용역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해당 주민과 피해액만 보상하고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 농성하는 것이라 한다.

지금 이 농성은 농민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광의 모든 정파를 떠나 종교, 문화, 사회, 청년 단체 127개가 모여 결성된 [핵발전소핵폐기장반대 영광범군민대책위원회]에서 대처하고 있으며, 현재 원불교 교무인 김성근 핵발전소핵폐기장반대 영광범군민대책위원회공동의장이 그 당시 온배수 피해 문제에 대한 실무를 맡았는데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실무자를 배제하고 어민들과 직접 협의해서 해당 어민들의 피해보상만 이루어지고 방류제를 원상회복시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한다.

장 사무국장은 이번 농성의 의미는 첫째는 핵 폐기장 유치와 관련 정부는 주민투표로 가려하고 있는데, 주민투표는 주민들 간에 분열은 뻔한 일이다. 분열방법으로써 돈을 뿌리면 주민들간의 분열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고, 둘째 방류제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은 바다에 온배수 고속도로를 놓아서 뜨거운 물이 곧바로 깊은 바다에 버려져서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바다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에 원상복구(방류제의 철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분명 원전이 있으면 핵 폐기장이 있어야 하고 실제 원전 옆이 오히려 타 지역보다 안전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유치하자는 주민이 있다는 의견에, 장 사무국장은 이것은 언론에서 자꾸 찬성 측과 반대 측 간의 대립각을 부축인 것도 한 몫 한 건데, 실제로는 영광에는 127개 단체들이 이념과 종교와 정파를 떠나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한다. 지금 소수의 찬성 측도 갈려있다. 이는 종전에 한국수력원자력측에서 자금이 지원되었는데 이젠 그 지원마저 끊겨서 자금이 없으니까 의견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핵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지금까지 원전6기에 약 12조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는데 80년대와 지금 영광의 인구증감이 어떤가 볼 때 10만 육박하던 인구가 4만 밖에 되지 않는다. 원전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면 인구가 증가되어야 하는데 증가는 커녕 6만이나 감소한 것은 경제파급효과가 아예 없다는 걸 의미한다. 원자력이라는 주민기피시설이 들어서면 이에 상응하는 관련대학이나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중견기업체가 들어와야 하는데 어느 미친 사람이 원전이 있는 곳에 대학이며 기업체를 지으려 하겠는가하고 반문한다.

영광군 농민회는 1990년 8월에 창립하여 현재 150-2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장, 부회장, 사무국장, 읍면 지회 체제로 구성 되어있다.

2003년에 크게 4가지 문제를 가지고 농민회 사업을 전개 했는데 첫째로, 학교급식조례와 농업발전기금조례 쌀생산유통조정위원회조례 등의 조례제정에 힘을 기울였고 핵폐기장반대투쟁, 지역의 진보세력의 확대를 위한 연대사업 그리고 WTO의 쌀 개방 저지를 위해 싸웠다 한다.

교육사업으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활을 통해 농민들과 함께 WTO의 쌀 개방 반대 투쟁과 환경현장에서 핵폐기장반대투쟁과 영광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교조와 농민회가 공동 주체하여 어린이통일 한 마당을 해마다 치뤘다.

2004년에는 우리 학생들이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을 통해 먹게 하자는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조례 개정 사업을 추진해 2004년 11월 개정된 조례가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급식지원센타를 설립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 지역의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원전의 피해에 대한 싸움을 하면서 대안 없는 싸움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반대만 하 는 투쟁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한다. 그래서 127개 단체의 풍부한 전문인력과 지식을 모아서 향후 대안을 마련했는데, 그 결과 영광군 농업발전조성기금을 약 1천억을 조성해 영광의 전망을 스스로 제안해보자는 결의를 하게 되었다 한다. 우선 원자력주변지역주민발전에 관한 주민지원 특례법에 의한 지원금 중 일부인 100억 정도가 남아서 이 자금을 종자돈으로 영광지역 농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책임지는 실질적인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한다.

영광군 농민회를 탐방하면서 작지만 실천력있는 조직, 지역의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지역의 다른 단체와 연대해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실천을 보면서 영광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었다.

인터뷰 도중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는 바쁜 장연진 사무국장의 시간을 빼앗는 게 너무도 미안하게 한다. 모두가 떠나는 농촌을 굳건히 지키면서 안일한 농촌생활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는 사회참여를 통해 자기를 단련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농촌의 힘과 역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영광농민회 위치는 영광군 영광읍 녹사리 34-4번지(한전사거리)
전화번호 061-353-4589 | FAX : 061-353-4589
사무국장 장영진(011-608-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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