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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너무 많으면 생산성 약화

작성자 : 혁신 작성일 : 2005.07.18 09:00:21 조회수 : 892

회의 군살빼기’ 나선 기업들

직장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업무 훼방꾼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40%의 응답자가 ‘불필요한 회의’를 지목했다. 얼마 전 잡 링크의 설문조사 결과인데, 그 밖의 업무방해 요소로는 ‘컴퓨터 화면에 무작정 뜨는 메신저 창’, ‘동료들의 수다’, ‘결재 지연’ 등이 이어졌다.
불필요한 회의라…. 이 말은 진실일까. 누구에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조직에서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서 소집되었을 것이다. 만약 정말 모든 이에게 불필요한 회의라면 그것은 단순 업무 방해꾼의 수준을 넘어 실로 엄청난 비용 손실을 가져온다.

회의에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자. 우선 회의 참가자들의 시간당 인건비가 그대로 들어간다. 그들이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여 창출할 수 있었던 다른 수익의 포기, 즉 기회비용이 들어간다. 회의 참가를 위해 쓴 교통비, 회의실 공간의 사용료, 빔 프로젝트 사용 비용, 회의시 제공되는 다과비 등등.

임원 한 명과 팀장급과 대리급 각 몇 명, 총 7~8명이 참가하여 2시간 지속된 회의를 상정하고 비용을 대입하여 계산해 보았더니 거의 300만원에 달했다. 내가 이것을 직접 산출해 보도록 한 것은 기업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를 가르칠 때였다. 프로젝트 매니저들에게 있어서 ‘회의 조직과 진행’은 중요 과제라서, 어떻게 해야 회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토론하고 사례들을 모아 공유했었다.

효과적인 회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가 끝날 때 그 결과로서 무엇이 나와야 하는지를 회의 참가자들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목적을 생각하면 이 회의가 의견 수렴이나 토론을 위한 자리인지,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인지도 분명해진다. “회의 목적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할 수 없다면 그 회의는 소집하지 말라”, 이것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서 내가 가르친 내용이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그에 따라 회의 참석 대상도 정의된다. 불필요한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하면 회의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사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누군가를 참석시키거나 심지어 그 사람의 암묵적인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괜한 사람을 참석시킨다. 이것이 매우 의존적인 태도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회의에 한 사람의 타임 키퍼를 두어 정시에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돕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회의 시작 시간의 지연은 회의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외국계 기업은 회의실에 세 번째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를 비디오로 기록한다는 곳도 있었다. 매 회의 때마다 기록한 것을 모아 한꺼번에 리포트한다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먼저 온 두 사람의 시간은 낭비된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아주 많은 회사들이 정시에 회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10분에서 15분 지연되는 것은 예사고, 다들 모이고 나서야 중요한 몇 사람이 못 참석한다는 이유로 회의가 무산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어렸을 적 형성된 나쁜 습관과 같은 거라서, 잘 고쳐지지 않고 습성화되는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너무 간단한 해법 같지만 ‘무조건 정시에 시작하라’는 것이다. 단, 완전히 문화가 바뀔 때까지 아주 끈기 있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경영진의 공언과 참여가 있으면 더 좋다.

사실 이것은 지금 내가 있는 회사에서 확실하게 성공을 거둔 방법이다. ‘모든 회의 정시 시작’은 이 회사에선 아주 중요한 모토다. 비록 몇 명이 늦게 오더라도, 대표이사가 도착하지 않았더라도, 심지어 회의 진행자가 늦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회의는 정시에 시작한다. 정말 무조건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져다준 효과는 회의시간 낭비를 줄인다는 것 이상이었다. 규율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고, 회의 지각자가 거의 없어졌으며, 자부심도 높아진 것 같았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에는 ‘변환자’(Transition Figure)라는 개념이 나온다. 변환자란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부정적인 습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중단시키는 사람이다. 건강하지 않거나 남용적인 습성의 대물림을 끊고 효과적이고 유익한 것으로 대체시키는 주도적인 사람을 말한다.

회의문화를 두고 너무 거창한 개념을 언급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우리는 조직의 회의문화를 혁신하는 데 ‘우리 회사는 원래 그래…’라고 남 탓하지 말고 변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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