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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작성자 : 5분명상 작성일 : 2005.08.03 08:41:41 조회수 : 712

일전에 아들이 군병역(軍兵役)을 마치고 왔고 해서 한잔하면서 앞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진로(進路)가 어떻게 보이나 ?”라고 물었더니, “요사이 진로(眞露)가 도통 보이지 않습니다. 진로가 참이슬로 바뀌고 나서 안 보입니다.”라는 대답을 해서 어안이 벙벙했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사업실패, 실연, 천재지변, 전쟁, 죽음, 이혼 등으로 눈앞이 캄캄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처음으로 하는 것에는 전례, 기준 혹은 잣대가 없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어떻게 해결해야 하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살펴봄이 필요하다.

죽음으로서는 장성한 자식의 죽음을 두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아픔에서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고 한다. 물론 부모님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으로 천붕지통(天崩之痛), 남편이 죽으면 붕성지통(崩城之痛), 아내의 죽음은 고분지통(叩盆之痛)이라고 한다. 형제간에서는 상익지통(喪翼之痛)이라고 하였다.

역사를 통해서 볼 때에는 수많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을 당하면서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한 선인들은 틀림없이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고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아 그 자리에서 주저 앉고싶은 실의를 느꼈을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98년도 IMF외환위기를 당했을 때에는 자고 나면 부도,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발생하여 기차역에서는 노숙자의 행렬이 길어만 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혼자서 걸어가는 느낌을 것이다.

전쟁도 아니고, IMF와 국난의 시기도 아닌데, 경제침체의 회복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력서 100장이나 내고 면접을 봤으나 취업은 신기루(蜃氣樓)처럼 느껴지고 있다. 겨우 하급공무원에 들어왔으나 승진의 기회는 바늘구멍이다 못해 아예 보이지 않는다.....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한 이후에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하여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왔는지를 살펴봄은 평소에 문제발견의식을 갖고 발견한 문제에 대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해결의식을 높여 개인적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공무원으로 업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함으로 본인은 물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초등 학교에 다닐 때에 학교수업을 마치면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지는 못해도 심부름이라도 하고자 들판에 자주 나갔다. 봄날 오후 아버님이 황소를 몰고 밭갈이를 가셨다. 밭갈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자대도 없고 먹줄을 놓지도 않았는데 곧게 가시는 것이 이상하여 방법을 물었다. “갈기 전에 밭가에 있는 나무, 바위 등을 기준으로 삼고 그를 향해서 소를 몰고 갈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귀감이 되는 인물을 모델로 삼거나 다른 사람이 한 일이나 사업 등을 본받아서 “늦깎이 작품 만들기”라는 세칭 벤치마킹(benchmarking)방안도 있다.

지난 7월23일에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봤다. 부산 진에 주둔한 10만 명의 일본수군을 일망타진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원균 수군통제사가 전사와 전선(戰船)은 격침되어 겨우 12척만이 남았다. 살아 남은 수천의 군사도 상처와 전쟁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터이다. 여기에 전 병력을 동원하여 조선 수군본영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때에 이순신은 ”신하에게 12척의 배가 남았습니다(臣唯有十二隻戰船).“라는 보고서(狀掛)를 올렸다. 마치 출사표(出師表)를 쓰고 적벽대전을 치르는 것과 같은 ”반드시 죽고자 싸울 경우는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는 경우는 죽는다(必死卽生必生卽死)“라는 마음을 다잡아 배수진(背水陣)을 쳤던 것이다. 승진이 되지 않아 이를 극복하고자 사표(辭表)를 써서 주머니에 넣고, 사생결단으로 추진하여 승진의 기회를 잡는다.

새해 정월이 되면, 일본의 신사에서는 신년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면서 새해에 바라는 소원을 작은 나무판에 적어 건다. 문경 새재(鳥嶺)에서도 정월대보름에 금줄을 꼬아서 그 눈마다 한지로 소원을 적어서 끼인다. 이 금줄을 모아서 보름달에 기원을 빌면서 태워서 달나라로 보낸다. 이런 풍습에 아이디어를 얻은 미국의 명문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는 지난 ‘53년에 졸업하고 10년간에 할 사항(꿈)을 종이에 적도록 하였다. 적어내면서 2장을 마련하여 갖고 다니면서 늘 체킹(checking)하면서 꼭 성취하는 3%가 전체 97%의 부를 획득하고 목표하던 것을 성취하였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새해 아침에 새해결심(new year resolution)이라는 소원목록을 작성한다. 심지어 새해아침에 유서(will)를 작성하여 죽기살기로 한해를 살아보겠다는 결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처세술이라는 강의로 한평생을 바치신 미국의 카네기(Canergy)는 "목수가 집을 지을 때에 청사진의 설계를 갖고 있듯이 인생을 사는데 자신의 청사진(blue print)을 가져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최근에 일류대학에서는 졸업생의 인생진로를 위하여 경력관리(career management), 재취업교육(out-placement education),경력경로(career path) 등의 로드맵(road map)을 교육하고 실제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경력자 유대, 전문가의 시대를 대비하여 남보다 앞서가기를 체득하도록 하고 있다. 목표, 꿈, 소망, 추진할 사항을 손에 잡히도록 도시화하고, 목록 화하여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지 않고 성취하도록 한다.

망망대해를 해도 하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이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보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하며, 현재까지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멀고 긴 터널을 지나자면 앞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옆을 돌아봐도 캄캄할 뿐이다. 이런 때는 지금까지 얼마나 왔는지(거리, 시간)를 파악하고, 『터널 끝의 빛(light of tunnel end)』를 눈으로 볼 수 있게 가시화(vision) 했을 때에는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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