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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산부터 늘리고…” 공무원式 발상법

작성자 : 도시락 작성일 : 2005.01.21 09:05:44 조회수 : 1050
[기자수첩] “예산부터 늘리고…” 공무원式 발상법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자활 후견기관인 ‘디딤돌’ 주방은 결식아동 1000여명의 도시락을 만드는 곳이다. 매일 새벽부터 아주머니 10명이 도시락을 만든다. 이 주방의 특징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그리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리 아주머니 중 1명인 최모(42·성남시 상대원동)씨. 정부에서 일자리(결식아동 도시락 조리)와 생활비 보조를 받는 영세민이다. 자녀들도 그가 매일 만드는 도시락을 먹는다. 다른 아주머니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자’에 해당하는 영세민들이다. 도시락을 포장하고 결식아동들에게 배달하는 14명도 영세민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메뉴는 밥과 소시지볶음, 콩나물, 김치참치볶음, 마른 김에 후식으로 요구르트. 식대는 2500원이다. 서귀포시의 ‘단무지 도시락’이나 군산시의 ‘건빵 도시락’과 같은 값이지만 내용물은 크게 달랐다. 이윤을 남기는 중간업자가 없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또 만드는 손에 동병상련의 정(情)이 묻어있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자원봉사자들은 “메뉴가 조금만 소홀해도 아주머니들이 후견기관에 항의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발상을 바꾸자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도시락을,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일자리를, 자원봉사자에게는 봉사의 기쁨을 줄 수 있었다.


최근 정부는 3월부터 결식아동에게 제공하는 급식의 끼니당 식대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도시락을 주게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도시락 부실 원인이 오로지 돈 때문만일까? 값싸고 질좋은 식재료를 공급해줄 후원자를 찾고, 자원봉사를 원하는 중·고등학생들에 배달을 맡기는 노력을 우리 공무원들은 다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노력 없이 예산부터 늘리자는 공무원식 발상법이 이번에도 되풀이된 것 같아 씁쓸하다.

(이성훈·사회부 기자 [ inout.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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