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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경실련을 해부한다

작성자 : 송이 작성일 : 2005.01.23 22:06:52 조회수 : 3349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과 나눈 '격정의 81분'
목포경실련을 해부하다 (우리힘닷컴 2005/01/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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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한마당 우리힘 바로가기 여기 쿡)
목포경실련 사무실을 찾기는 쉬웠다. 하당비파 아파트 상가 3층에 자리한 사무실의 규모는 대충 30여 평. 문 안쪽으로 소규모 강당이 있고 그 안쪽으로 업무실이 있었다. 업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인상 좋은 남자 한 분이 우리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 준다. 목포경실련의 김종익 사무국장.

주변에서 그 분에 관한 이야기를 더러 들었기 때문에 그 인상이 몹시 궁금하던 터였다. 그런데 뵙고 보니 정말 평범하다. 그 평범한 느낌이 대단함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인터뷰를 하는동안 나는 그를 통해 시민운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 그와 나눈 ‘격정의 81분’으로 함께 떠나 보자.

우리힘: 목포경실련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이고 출범 시기는 언제입니까?

김종익 : 정확한 명칭은 ‘목포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입니다. 목포경실련의 경우 지부조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지역 경실련은 전체 규약이나 기본적 노선은 경실련 본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직의 운영이나 업무의 주제 선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유지하며 본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부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 어떤 성향의 인물이 조직을 이끄느냐에 따라 하는 일이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목포경실련의 태동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999년 12월 12일에 창립준비를 위한 모임을 가진 다음 2000년 3월 17일에 창립 발기인대회를 치렀습니다. 이어 2000년 6월 29일에 창립을 하였습니다. 창립은 6월에 했지만 3월의 창립 발기인대회를 실제 창립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창립취지문도 그 때 이미 나왔으니까 사실상 창립을 위한 준비는 그 때 이미 끝났었다고 봐야죠. 이후 창립일 까지는 외연을 조금씩 확대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힘 : 현재 규모는 어느 정도고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김종익 : 전체 회원 수는 300여 명이 넘습니다. 실제 회비를 내는 회원은 약 280명 정도 되고요. 그 중 160~170여 분은 12개월 동안 회비를 꾸준히 납부하는 분들이고 그 나머지 분들은 부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조직구도는 25인의 집행위원회와 각 분과 그리고 사무국으로 나뉩니다. 조직의 일상적 관리나 회원 서비스 관리는 사무국에서 주로 다루고요, 사안이나 업무 협력은 임원들 간에 많이 이루어지죠.


△ 목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종익 사무국장
우리힘 : 사무국에서 유급으로 일하시는 분은 몇 분이나 되고, 급여는 얼마나 되는지요?

김종익 :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은 사무국장과 간사 각 한 사람씩 해서 두 사람입니다. 급여는, 올 해의 경우 작년대비 5%가 인상돼서 사무국장이 월 157.5만 원을, 간사가 94.5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상여금 역시 작년 대비 200%가 올라 올 해부터는 400%를 받기로 했습니다. 현재 회원들의 회비가 급여를 약간 넘는 수준이고 나머지 운영비는 내부 모금이나 설문조사 의뢰나 프로젝트 운용과 같은 사업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사업수익의 예를 들자면, 이전에 목포대학교가 목포시로부터 미항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시민들의 여론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여론조사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경실련에 의뢰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경실련에서는 설문조사에 관한 설계를 작성하고 조사원을 파견해서 작업에 임해 그 결과를 목포대학교에 넘겨주었습니다. 이런 일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경우 가능한 일이며, 그런 일을 통해 조금씩 얻은 수익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힘 : 사업수익을 통해 조직을 운용한다는 것이 참신하고 대단해 보이는데요, 처음에 어떤 점에 유의해서 목포경실련을 만들었습니까?

김종익 :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회원의 양적 팽창도 좋지만 회원 구조를 제대로 이루는 것입니다. 목포경실련을 만들 때 ‘금기해야 할 원칙’을 세 가지 세웠습니다.

첫째는 재력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민주적 운영에 헌신하면서 자금을 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 당시로서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지역 내에서 많이 알려진 엘리트들 즉 지역 명망가들을 끌어 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여러 조직에 중첩 가입된 경우가 많았고 너무 정치적으로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데 있어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특정한 서클 즉 조직이나 세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조직내부에 파벌이 형성되고 각 세력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원칙을 갖고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새롭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힘 : 저희도 마찬가지지만 외부에서 목포경실련을 바라 볼 때 활동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종익 : 외부에서 목포경실련을 바라 볼 때 가질만한 오해를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경실련이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해는 경실련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봅니다. 경실련은 집행위원회에서 집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행위원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점이 없습니다. 이렇게 양 극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논의를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신 경실련은 사회의 진보적 가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경실련 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는 경실련이 연대구조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논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목포경실련 역시 초창기에는 연대문제에 대해 깊이 논의를 하였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연대에 대해 목포경실련은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목표가 분명치 않은 연대는 권력화 된다”는 것입니다.

연대의 목표나 단ㆍ장기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연대를 위한 연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봤고 그래서 경실련은 상시적 연대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별 연대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몇 개의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시의 예산문제를 다루기 위해 연대하고 있는 ‘바른 예산 수립을 위한 시민네트워크’와 같은 것이 그런 식의 연대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런 사안별 연대가 목포경실련 활동의 절반을 넘습니다.

셋째는 너무 엘리트 중심의 조직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경실련의 내부 구성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실련은 대학교수가 약 40여 명,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가 각 100여 명 그 외 회사원이나 농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직 구성원들을 놓고 엘리트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실련 활동의 많은 부분이 언로를 통해 비춰짐으로써 가질 수 있는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힘 : 목포경실련은 지역 내에서 실질적이고 모범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요, 지역에서의 시민운동은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종익 :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가지고 씨름해야 하는가가 문제인데요, 저는 그것을 지역의 문제와 전국 공통의 문제 그리고 전 지구적 과제 이렇게 세 가지로 봅니다. 지역 시민운동의 뿌리는 지역에 두고 있는 것이고,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자세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역운동가들은 지역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적 과제 역시 이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소화해서 지역적인 실천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기아나 빈곤, 환경, 에너지 문제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도로를 활성화하는 문제를 생각 해 봅시다. 지역에서 자전거 도로를 활성화하면 도시가 쾌적해지고 그만큼 도시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것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 그만큼 환경이나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지구적 과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힘 : 이전과 달리 갈수록 시민운동에 전문성이 필요해지는 것 같은데 전문성 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김종익 : 그렇습니다. 시민운동을 함에 있어서 전문성은 전국적 문제에 있어서나 전 지구적 과제에 있어서 갈수록 더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이론을 간추려서 발표하는 정도의 서울과는 달리 주제를 가공해서 지역의 실정에 맞게 만들어내야 하는 지역에서의 활동이 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또 사안에 깊이 들어갈수록 모든 문제에 이해관계가 얽히기 마련이어서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더욱 전문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시민단체의 이러한 전문성의 기초는 첫째 개방성에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개방성이란, 자기 고집을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농업에 관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개인의 선험적 판단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관한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 친환경 농업에 임하고 있는 관계자 측의 의견과 학자들의 학술적 견해 그리고 관련 행정기관의 판단을 종합적으로 받아 들여 판단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둘째는 그것을 종합해 낼 수 있는 정리능력이 필요합니다. 많이 들어도 정리해서 실천할 수 없으면 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유의해야 할 것은 시민단체에 있어서의 전문성이란 ‘박사’와 같은 개인의 전문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개인의 능력이자, 관계집단과 전문가 집단 그리고 행정기관의 판단들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한 개인이 갖는 전문성이란 문제의 출발 즉 운동가가 그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과 문제의 끝 즉 정리능력을 갖는 것일 뿐입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해 나간다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시민운동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힘: 목포에서 경실련이 태동한 지 6년째인데 목포경실련의 그간 사업을 큰 줄기를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종익 : 우선 목포경실련에서 제일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공을 들여왔던 일로 장애인의 인권문제가 있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조사를 시행해서 ‘장애인 편의시설 사전 점검에 관한 조례’제정 운동을 벌여 온 결과, 상당한 실질적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행정 감시 영역에서는 시 예산을 감시하고 행정기관의 부패를 감시해 왔습니다. 시의 정책수립과 집행과정 역시 감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지역 경제에 대한 시민적 접근을 통해 지역의 중요한 경제적 현안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무안의 경우 농업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계속 가져본다든지 논의를 해 본다든지 하는 식의 접근을 해 왔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운동은 지역 축제, 대표적인 것으로 무안의 연꽃축제가 있는데 그런 지역 축제들을 모니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역 문화재 보호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지난 지방선거나 총선기간에는 정치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선거를 감시하고,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제안 등을 목포경실련의 기본 방침으로 삼아 활동을 펼쳤습니다.

우리힘 : 참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 왔는데요, 2005년의 사업계획은 무엇입니까?

김종익 :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초안형태로 논의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정확한 사업계획은 나중에 결정되겠지만 아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지역의 빈곤문제에 대해 접근하려고 합니다. 200~300 가구정도를 대상으로 빈곤에 이르게 된 과정, 현재 겪는 고통, 국가나 지역 행정기관에 대한 요구, 복지전달의 정도 등을 실태조사한 후 책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작성해서 토론을 제안해서 개최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둘째는 인권문제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사법부 즉 검ㆍ경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식, 판단, 사례 등을 조사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셋째로 올 해에는 특히 경제에 관한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안의 경우 친환경 농업, 그 중에서도 유통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소모임을 구성할 예정이고, 목포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역경제에 관한 토론을 열고 지역 경제의 실태 조사와 성장 동력에 관한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넷째는 부정부패나 부실공사를 감시함에 있어서 가능하면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그것을 운용함으로써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지역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경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다섯째로 지역 문화유산이나 지역 축제와 관련해서는 그간의 활동대로 문화유산 보호라든지 축제에 대한 대안제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입니다. 여섯째는 10월부터 신청사에서 개시되는 전남 도정 업무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태세를 갖추어 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예기치 못한 일로 목포에서 4월에 지자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에 관한 대응도 준비 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힘 : 정말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계시는 데 이런 아이템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김종익 : 집행위원회에서나 전체 회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있는 것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집행위원회에서 한번 거르고 회원워크샵에서 이런 사업계획들을 가지고 토론, 중점 사업들을 선정해 왔습니다. 대부분 이전부터 쭉 해 왔던 일들이기 때문에 회원들 간에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힘 : 일부 외부에서는 경실련이 튀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혹은 언론플레이를 잘한다는 지적들을 하곤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종익 : 언론플레이에 대한 것도 주요 오해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사회적 공공재이듯이 언론 또한 사회적 공공재입니다. 이런 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시민운동이 같이 지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이 가지고 있는 주장이나 견해를 어떤 매체를 통해 발표할 것인가가 문제일 텐데요, 그 매체중의 하나가 언론이라는 겁니다.

다만 아무런 내부적 판단도 거치지 않고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경실련이 그간 판단해 온 것, 해 온 일들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단체란 운동을 하는 수단에 불과하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실련이라는 단체를 통해 운동하고 있는 사안을 언론을 통해 나타내는 것일 뿐이고 그런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힘 : 목포경실련에 대한 이야기들을 쭉 들어왔는데요, 이번에는 사무국장님의 개인사에 대한 질문입니다. 시민운동을 하게 된 개인적 경위가 있을 텐데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종익 : 학생운동을 하던 중 대학 4학년 때 감옥엘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복학을 한 후 노동운동에 투신해 진보이념을 교육하고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가 90년 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던 시기여서 여러모로 조직이 흔들리는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우리 조직은 그 기본 틀은 유지를 하고 있었는데 재정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당시 진보정당이 민중당이란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외부로 노출된 시기였는데 외부로 노출이 되면 재정이 뒤 따라야 되는데 그 어려움이 매우 극심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와서 이런 제안을 했어요. “경실련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는데 환경운동 차원에서 자원재활용과 같은 운동을 한다. 그러니 누군가 거기 들어가서 일도 함께 하면서 조직에 재정적인 도움도 됐으면 한다.” 그래서 제가 경실련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 때가 92년 후반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제가 몸담고 있던 기존 조직이 해체가 되어 버린 거예요. 그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당이 우스꽝스런 계기가 작용한 거지요.

그 뒤 경실련에 몸담고 있으면서 시민운동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 사회의 대안운동이나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안을 창출하는 데 시민운동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어 7년 정도 경실련 본부에 있다 목포로 내려 왔습니다. 목포에 내려온 지는 5년 정도 됐습니다.


△ 인터뷰 중인 김종익 사무국장

우리힘 : 시민운동의 개념과, 시민운동과 정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한 유혹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김종익 : 시민운동은, 시민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요구나 수요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대응하는 과정이죠. 시민운동의 기본적 본질은 금력이나 정치와 같은 권력 감시와 대안제시 그리고 공공선에 대한 ‘의식의 공동체’ 즉, 지역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공동의 의식, 공공선에 대한 공동체를 지향해 나가는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이 두 가지가 큰 축으로 가고 그에 관계된 사안들을 다루는 것, 그것이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있어서는, 시민운동은 그 자체가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제도권의 정치영역으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고 때로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욕구를 펼쳐 보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것은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태생적으로 시민운동은 정치와 가까운 거죠. 이것은 여느 한 개인이 정치인이 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민운동과 정치 사이에는 심각한 간극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운동가가 정치에 참여했다 다시 시민운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고 또 시민운동가가 정치에 참여하는 자체가 심각한 개인의 진로문제가 된 것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정치를 소망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하게 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현실적으로 정치라는 것이 지나치게 개인의 희생을 담보할 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까지 수반하는 일입니다. 또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을 대상화시키는 것 즉 “저 사람은 한 표짜리, 저 사람은 열 표짜리”로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시민운동가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그렇게 봐서는 안 되지요. 모두를 똑 같이 놓고 봐야합니다. 제도권 정치가 아닌 상태에서 정치가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베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좋은 정치와 좋은 행정가를 만들어 내는 토양을 가꾸는 역할, 그렇게 시민사회를 성장시키는 것 또 그런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적 성취를 하는 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우리힘 : 앞으로 시민운동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종익 : 지금까지 시민운동은 십 몇 년 동안 초고속 성장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민적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시민운동의 성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시민단체들은 정치에 약하고 도덕성 측면이나 사회현안에 대한 대응정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 등이 매우 약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더욱 시민적 수요와 시민운동단체의 역량 사이에는 상당한 불균형이 존재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 불균형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운동가 몇 사람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엘리트로 빠르게 부각되어 간다든지 하는 것이 그러한 불균형의 특징들입니다. 국가적 문제나 지구적 과제를 지역적으로 실천, 소화해 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환경 역시 앞으로는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겁니다. 지금까지는 시민운동이 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면 앞으로는 현실에 직접 참여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와 같이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정책들을 제시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던 틀에서 벗어나 시민운동은 시민사회와 함께 제도 안으로 들어가서 구체적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단체가 지금부터라도 전문성이나 판단력 등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적응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의, “지역에서는 마당쇠 그 외는 모르쇠”와 같은 일반적 평가에서 벗어나야 됩니다.

지역민들 역시 돈 많은 기업이 선하고 돈 못 버는 기업은 선하지 못하다는 식의 지나친 물신숭배 사상이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의식이 굳어지면 시민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고, 그로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힘 : 역량 있는 시민운동가들이 현실에서 어렵고 힘들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종익 :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민운동은 좋은 정치와 좋은 행정가를 낳는 인큐베이터와 같습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이렇게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토양 즉 자원봉사, 기부문화, 토론문화 등의 문화적 토양이 함께 성장되어야 합니다. 시민운동단체 역시 한 조직의 성장보다는 이러한 문화적 토양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이 성장하면 시민운동 단체 역시 함께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문화적 토양이 많이 허약합니다.

시민운동가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특정한 개인이나 개인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권의 유혹은 그런 사람에게 집중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없더라도 조직이 유지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용하고 끊임없이 자원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와도 조직이 튼튼하게 운용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힘 : 이제 곧 도청이 이전되어 올 텐데요, 그에 대해 말씀하시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종익 : 도청의 이전으로 말미암아 도정에 관한 대응을 시민운동 쪽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만약 도정에 대한 감시업무를 등한히 하면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한 거지요. 당위적으로라도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도정과 시정 그리고 군정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도정은 기획업무와 중계업무 그리고 지엽적 판단을 지양하고 지역균형을 고려한다는 면에서 또 도 자체의 특별행정 기관에 대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면에서 집행업무 위주의 시, 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민운동 쪽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도의 고유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힘 : 끝으로 지역사회의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김종익 : “우리 지역은 어떤 지역인가, 우리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식으로 지역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합니다. “못산다, 어렵다” 하는 패배적 사고를 버리고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키워 갔으면 합니다. 한 편으로는 에스, 노를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판단을 분명히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지역사회의 발전문제에 대해 같이 토론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힘 : 장시간의 인터뷰에 끝까지 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목포경실련의 발전과 성장을 기원 드리고, 필요할 경우 함께 문제들을 풀어 나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익 감사합니다.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기획하고 임하고 정리하는 동안 세 번 그와 맞닥뜨렸다. 한 번은 직접 목포경실련 사무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였고 나머지 두 번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보이스 펜에 녹음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 들으면서 였다. 녹음 량은 정확히 81분. 그러니까 장장 240분간에 걸쳐 나는 그로부터 목포경실련과 시민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셈이다.

그러나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들으면 들을수록,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뭔가 뿌듯해지는 느낌이다. 그것은, 우리 지역에서도 이렇게 역량 있는 시민운동단체와 활동가가 있는 데 대한 안도감일 수도, 그 이외에도 많은 단체나 활동가들이 존재하리라는 기대감일 수도, 목포에 내려와 산지 3년이 되어가면서도 지역의 상황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게 지냈던 지난날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그런 반성을 할 기회를 준 데 대한 고마움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말에 “인터뷰 하러 오신 분들이 더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짓던 김종익 사무국장은 인터뷰 내내 여유 있으면서도 진지하고 깊이 있는 사고의 결과물들을 잘근잘근, 그러나 격정적으로 토해냈다. 이곳을 찾는 독자들이나 지역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시는 시민운동 종사자들께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즐거운 마음으로 전해 드린다. 아울러 우리힘닷컴에서는 앞으로도 쭉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단체나 활동가들을 지역민들에게 소개해 나가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끝으로, 비록 되풀이 듣고 정리했음에도 인터뷰 내용이 완전하게 전달되지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혹시 그 뜻이 잘못 전달되거나 완전하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이 사람의 불찰이다.


정리 : 버버다리, 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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