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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들리는 두 음성

작성자 : fuse 작성일 : 2007.10.04 07:04:30 조회수 : 1213
마음에서 들리는 두 음성

옛날 중국에 한 임금님이 계셨는데, 이 임금님에게는 아주 다정한 친구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두 친구는 기산이라는 산기슭 영수라는 곳에 살고 있던 소부와 허유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소를 먹이는 사람으로 날마다 여러 마리의 소를 몰고 풀밭에 가서는 풀을 뜯기고 물도 먹이며 사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철학자인데, 세상이 너무 추하고 악하다고 생각해서 땅 위에 살지 아니하고, 나무 위에다 집을 짓고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그들의 외형적 삶은 아주 형편이 없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차원의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금님은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 사람들을 불러서 의논하곤 했습니다.
하루는 임금님이 나무 위에 사는 사람들을 불렀어요. 이 사람이 며칠 전에도 임금님을 뵈었는데, 왜 또 부르시는가 하면서 가서는 임금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군신 관계이자 친구 사이니까 아주 구김살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마칠 때쯤 되어 임금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아무래도 오래 못 살 것 같은데,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누군가가 이 자리에 앉아 일을 하겠지만, 나는 내가 죽기 전에 이 왕위를 누구에게 물려주어 이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보고 죽고 싶소. 물론 내게 왕자가 있지만, 왕자들은 모두 덕이 모자라서 나라를 맡길 만하지 못해서 적임자를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대밖에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내가 간절히 부탁하거니와 제발 이 용상에 올라서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주 오.”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 분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리 임금님의 부탁이지만 자기는 나라를 다스릴 만한 덕이나 역량, 지혜도 없다고 생각되고, 또 개인적으로도 그 복잡한 왕위에 올라 앉아 있는 것보다 나무 위에서 한가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왕위를 거절했습니다. 임금님은 “어찌됐든 당신이 왕위에 올라야 된다.”고 하고, 친구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이 사람이 자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가 왕위에 앉으면 먹는 게 달라지고, 입는 게 달라지고,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쪽에서는 굉장한 유혹이 왔어요.
이 친구가 왕궁에 올 때까지는 편안한 마음으로 왔는데, 그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는 마음에서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내가 왕위를 거절해야 한다. 아니야, 이런 기회는 내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기회인데, 이 기회를 놓치다니.’
‘아니야. 나는 거절해야 돼. 안 돼, 이번에 왕이 되어야 해’
‘조금 해 보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안 될까? 안 돼.’
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속에서 두 음성의 싸움이 계속되는데, 이 분은 자기 마음을 자기가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날은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잡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들어서, 원. 이 소리를 듣기 전에는 평안했는데 ….’
유혹 때문에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에이, 공연히 부질없는 소리를 들어서 이 귀가 더러워졌다.’
하고는 냇가에 가더니 냇물에 귀를 계속 씻었습니다.
그런데 소 먹이던 친구가 보니까, 아까부터 자기 친구가 냇물로 자꾸 귀를 씻고 있기에, ‘저 친구가 왜 저러나?’ 하고 가까이 가서 물었습니다.
“그대는 지금 이 강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오늘 여차여차해서 임금님을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뒤에 내 귀가 더러워 졌는지 마음의 평안함을 잃었네. 그래서 이 귀를 씻고 있네.”
그랬더니 소를 먹이던 친구가 화를 벌컥 내면서,
“그 더러운 귀를 이 냇물에 씻으면 내 소에게는 무슨 물을 먹이란 말이오?”
고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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